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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전, 다리 하나가 두 나라를 이어줬습니다 — 베트남 호이안 본문
16세기 말, 투본강 하구의 작은 항구 마을에 계절풍을 타고 온
배들이 하나둘 닻을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에서 온 상인들과 중국에서 온 상인들이 강을 사이에 두고 각자의 거리를 만들었고, 이 무역항은 이내 동남아시아에서 손꼽히는 국제 항구로
성장했습니다. 그 이름이 바로 호이안입니다.
400년이 지난 지금도 이 도시는 그때의 골목과 지붕,
다리를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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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하나에 담긴 두 민족의 이야기
호이안 올드타운을 걷다 보면 누구나 한 번은 건너게 되는 지붕
덮인 목조 다리가 있습니다. 내원교, 흔히 ‘일본 다리’라 불리는 이 다리는 1593년 일본인 상인들이 지었습니다.
다리를 기준으로 왼쪽은 일본인 거주지, 오른쪽은 중국인 거주지였다고 해요. 서로 다른 두 민족이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웃해 살았고, 이 다리가 그 경계이자 연결점이었던 셈입니다.
다리 안쪽에는 작은 사당이 하나 숨어 있는데, 바다와 바람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입니다. 무역으로 먹고살던 사람들에게 바다와 바람은 삶과 죽음을 가르는 존재였을 테니, 다리를 건널 때마다 안전한 항해를 빌었을 그들의 마음이 짐작이 갑니다.
이 다리는 지금 베트남 2만 동 지폐 뒷면에도 그려져 있을 만큼, 호이안 그 자체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됐습니다.
🔘전기가 꺼지는 밤, 등불만 남는 순간
호이안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은 아마 등불 축제일 겁니다.
매달 음력 14일,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올드타운 전체가 전기를 끄고 오직 색색의 초롱불만으로 거리를 밝힙니다.
400년 전 무역항이던 시절, 전기가 없던 그 밤의 풍경을 그대로 재현한 거예요. 투본강에는 작은 종이배에 촛불을 띄워 보내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강물 위로 흘러가는 불빛들이 마치 별이
강으로 떨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축제 기간이 아니어도 올드타운 곳곳의 상점과 가정집 앞에는 늘 등불이 걸려 있는데,
이는 중국에서 전해진 풍습으로 행복과 재물을 가져다준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합니다.
🔘상인들이 남기고 간 흔적들
내원교를 건너 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풍흥의 집’ 같은
오래된 상인 저택과 ‘광조 회관’ 같은 화교 사원을 만나게 됩니다. 광조 회관은 중국 광저우 출신 상인들이 향우회 모임 장소로
쓰던 곳으로, 화려한 붉은색 장식과 거대한 용 조각이
인상적이에요. 조금 더 걸으면 나오는 푸젠 회관은 중국 푸젠성 상인들이 바다의 여신 티엔허우를 모시기 위해 세운 사원인데, 40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건축물들이 촘촘히 남아있는 덕분에 호이안
올드타운은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지금의 호이안을 즐기는 법
올드타운 안의 주요 명소는 통합 입장권 한 장으로 내원교,
풍흥의 집, 광조 회관 등 5곳 중 원하는 곳을 골라 들어갈 수 있는 구조입니다. 티켓 판매 수익은 올드타운 보수와 유지에 쓰인다고 하니, 옛 골목을 지키는 데 동참한다는 마음으로 구매하면
좋을 것 같아요. 골목 안쪽에서는 검표원이 불시에 티켓을
확인하기도 하니, 특히 내원교를 건널 계획이라면
티켓을 소지하고 다니는 게 마음 편합니다.
낮에는 더위를 피해 올드타운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루프탑 카페에서 연유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노란 지붕들이
물결치는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해 질 무렵부터는 거리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는데,
투본강에서 뱃사공이 노래를 부르며 배를 돌리는 묘기를
보여주는 야간 뱃놀이도 호이안 밤 문화의 하이라이트로
꼽힙니다.
호이안은 다낭 남쪽으로 약 28km 떨어져 있어,
다낭 여행과 함께 반나절 정도만 시간을 내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거리예요.
*️⃣방문 전 챙기면 좋은 준비물
1.모기퇴치스프레이
강변 지역이라 저녁 시간대 벌레가 많은 편입니다.
2.경량 우산
우기에는 갑작스러운 스콜에 대비하는 게 좋아요.
3.보조배터리
등불 야경, 골목 촬영으로 배터리 소모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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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호이안은 관광지로 꾸며진 곳이 아니라, 400년 전 무역항의
삶이 실제로 남아있는 도시입니다. 일본 상인이 지은 다리,
중국 상인이 세운 회관, 그날의 어둠을 재현하는 등불까지.
화려한 볼거리보다는 그 시절의 이야기를 하나씩 따라가며 걷는 재미가 있는 여행지예요.
*️⃣입장료, 축제 일정은 사정에 따라 변동될 수 있으니
방문 전 재확인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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